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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이사장 | 식품사적 관점에서 볼 때 지금 이 시대는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우리 김치의 위기라고 생각된다. 2005년 말 어느 국회의원이 부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김치의 납 함량을 문제 삼았다. 이어서 중국산 김치의 기생충 알 오염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발단이 중국산 김치의 수입을 막기 위한 섣부른 애국심의 발로에서였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우리 김치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김치에는 제조과정 중에 납이 오염될 개연성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의 압력에 의해 납기준치가 만들어졌다. 우리 김치를 납이 오염될 수 있는 식품으로 낙인찍은 것이다. 김치는 식염, 유기산, CO2, 마늘 등이 포함돼 기생충 알이 살아남을 수 없는 식품이다. 대부분의 유해 미생물도 이들 성분에 의해 김치발효 3~4일 이내에 모두 사멸된다. 이런 식품에서 현미경으로 기생충 알의 껍데기를 찾아 기생충이 오염됐다고 난리를 쳤다. 김치가 혐오식품이 되고 수출 길도 막혔다. 김치를 개발한 우리 선조들이 보면 복창 터질 일이다.
최근 식염의 과다섭취가 문제가 되자 김치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치는 염장 발효식품이므로 당연히 식염농도가 높은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밥에 반찬으로 곁들여 먹는다. 김치가 짜면 적게 먹고 싱거우면 많이 넣어 입안에서 간을 맞추어 먹는 음식이다. 이렇게 소비자가 스스로 염도를 조절해 섭취하는 부식에 대해 염도등급을 표시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밥이나 라면이나 빵처럼 주식인 경우에는 식염농도가 높은 것을 양껏 먹으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식염 과다섭취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식으로 소비자가 섭취량을 조절할 수 있는 음식에 염도등급을 표시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그런 표시를 하는 나라가 없다. 김치보다 훨씬 염도가 높은 치즈에도 그런 표시를 하지 않으며, 한다면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김치의 염도 등급표시를 의무화하자며 국회의원이 입법 발의하고 소비자원과 시민단체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해 김치를 기피식품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어린이들이 김치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 부모들이 속을 태우는 판에 기름을 붓고 있다.
국회 등 건강식품을 ‘혐오식품’ 만들기 앞장 염도 일정 수준 돼야 제맛…더 낮추면 ‘일본식’
김치는 식염농도 3% 내외에서 자라는 유산균을 선택적으로 활용해 만드는 음식이다. 염분을 무작정 줄일 수 있는 식품이 아니다. 이것은 발효식품의 특성이다. 절임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식염이 침투돼야 맛과 조직감이 형성되고 정상적으로 발효되어 김치 특유의 풍미를 가지게 된다. 식염농도를 낮추면 겉절이나 일본식 김치가 된다. 발효 미생물 균총이 달라져 우리의 김치가 아닌 가짜김치가 된다. 저염 운동에 김치를 거론하는 것은 김치의 과학을 모르는 대단히 잘못된 선택이다.
그동안 저염 식품에 대한 소비자 요구에 맞춰 시판 김치의 염도가 많이 낮아져 지금은 염도 2% 수준의 김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와같이 김치의 식염농도는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시장에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정치인이, 시민단체가 함부로 개입해서는 안 된다. 언론도 이런 문제는 우리 역사와 문화, 한국인의 정서와 자존심을 고려해서 신중하고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보도를 해야 한다. 세계 5대 건강식품이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하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김치가 한때 몰지각한 세대에 의해 훼손되고 변질되었다는 역사적 오명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